프로그래머에게 손목이란…

한참 쉬었던 코딩을 다시 시작하면서 손목에 무리가 갔는지 조금씩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멀쩡할 때는 모르다가 막상 아프면 관심이 가는 그런 것들이 있지요. 그 중 하나가 바로 손목 받침대였습니다. 회사에서 다른 분들이 키보드에 나무 판자를 대놓고 쓰는 걸 보고 저게 뭐하는 물건일까, 저게 그렇게 도움이 될까하며 지나쳤죠. 그런데 실제로 손목에 무리가 가면서 그 판자떼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손목 받침대를 찾다

오래전부터 손목 받침대를 써오던 지인분께 문의하여 판매처와 연락을 해보았습니다. 공방에서 수작업으로 만드는 장인분 같았는데 가슴 아픈 답변을 받았습니다.

heartbreaking-answer

어쩔 수 없이 검색 작업으로 알맞은 제품을 찾던 중 가장 눈길을 끌었던 업체는 Treewa라는 회사로 큐레이션 되어 있는 제품들의 모양새와 완성도가 매우 좋아 보였습니다. 가격도 2민원대 초반으로 다른 업체들에 비해 저렴한 편이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키보드가 해피해킹 Pro II이다보니 다른 키보드들에 비해 길이가 작은 받침대가 필요했는데 이 업체는 원목 종류, 길이, 폭, 디자인 등을 직접 고를 수 있어서 편리했습니다.

shape

모양 선택

type

원목 종류

주문한 것이 11월 20일 오후, 제작을 마치고 발송 된 것이 11월 22일 오후, 머나먼 제주도에서 제품을 수령 받은 것이 11월 24일 오전이니 4일도 안되어 멋진 제품을 사용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갈하게 포장된 제품 이외에도 수평 교정을 대비한 받침 스티커와 귀염 넘치는 연필 한자루까지, 마음을 흐뭇하게 만드는 패키징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품 역시 고급스러운 월넛 색상, 깍인 모서리의 부드러움 등 전체적인 완성도가 훌륭합니다.

overview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

side

측면 모습

해피해킹 키보드 유저를 위한 정보

해피해킹 키보드 사용자 분이라면 도움이 될 만한, 제가 주문한 규격을 적어봅니다.

  • 원목: 월넛
  • 길이 구분: 330mm 이하
  • 폭: 85mm
  • 디자인: A형
  • 길이: 294mm

디자인은 뭘 선택해야 좋을지 고민을 좀 했는데, 제품을 받아보니 A형처럼 높은 쪽이 라운딩 처리 된 것이 해피해킹의 아랫 부분 높이와 얼추 맞게 떨어집니다. 낮은쪽은 뭘 선택해도 어차피 피부와 닿지 않으므로 선호하는 디자인으로 고르시면 되겠습니다. 폭은 이왕 하는 것 100mm로 할까 싶었는데 실제 써본 결과, 어차피 팜 레스트에 손바닥면이 닿고 손목은 살짝 떠 있기 때문에 그 지지대가 넓어지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결론

확실히 편합니다

before

Before

after

After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 받침대를 사용하면 손과 팔이 수평으로 놓여지는데, 이 덕분에 코딩을 할 때 손목이 꺾여서 무리가 가는 느낌을 받지 않습니다. 또 한가지 장점이라면 해피해킹 키보드의 키압이 살짝 높은 편이라서 힘이 약한 왼쪽 새끼 손가락을 사용할 때 불편한 감이 있었는데, 손목이 위로 올라간 상태에서는 손가락들에 힘을 주기가 더 수월합니다.

개발자들에게 키보드는 매우 중요한 도구입니다. 사진가에게 카메라, 기타리스트에게 기타는 몇 백만원을 투자해도 아쉽지 않은 것 처럼 하루 종일 키보드를 두드리는 직업인에게 이에 대한 투자는 당연히 필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에 더해 손목의 안녕을 걱정한다면 손목 받침대 하나쯤 장만해두시는 것도 추천을 드립니다.